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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창고

문화정책 일고(一考)

문화정책과 문화예술정책은 어떻게 다른가? 문화정책은 정부의 필요에 따라 공보정책과 합병, 분할을 반복하며 발전해 온 정책이다. 1945년 일제로부터 광복 후 정부 수립 이전까지는 문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정책이나 행정은 존재하지 않은 채, 미군정 학무국 문화과에서 예술 및 종교를 담당하였고 지역에서는 각 시도 학무국 사회교육과 문화재보 담당이 있는 정도였다고 한다. 문화 관련 법령으로는 출판등록제(1945)가 있었고 영화의 검열(미 군정청 법령)이 시작되었다. <김정수, 문화 행정론>.

 

 

그런 범주에서 볼 때 문화예술정책은 곧 문화정책이라는 등식으로 받아 들여졌고, 별 거슬림없이 오늘날까지 화가의 실눈으로 바라다 본 흐릿한 스케치 대상물의 실루엣처럼 창달이라는 대의명분 안에 모두 포용되어 왔다.

 

 

작금 정부의 예술작품 검열수준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인간의 감성잣대와 도덕률은 천차만별이니 욕구와 통제의 기준싸움은 영구히 지속될 사회요건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통제의 변은, 민간에 맡겨 자유로운 창의력을 담보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민간에만 맡겨 두면 문제가 발생한다는 예측확신의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래서 문화정책이라는 틀 안에 지원과 통제의 주사위를 던져 놓고 문화에 ‘공공개입’의 정당성을 으레 마련해 놓게 된다. 문화는 인간의 미적, 지적 결과물로서의 본원적 가치 및 다양한 부가가치로 인하여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것과, 문화 분야의 민간 실패가 발생할 때는 공공 개입으로 그것을 방지 혹은 교정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문화는 공공성이 높으므로 민간보다 정부가 더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본질은 자본과 제도의 문제다. 정부는 공공성의 확보를 위해 헌법상의 인간 행복추구권의 근간이 되는 문화권을 자본주의 시장구조 속에 ‘지원의 분배’로 조율하는 힘을 갖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규제와 방향설정의 주체라는 점에서 누릴 수 있는 권한을 쥐고 있음으로서 가능한 여유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한 제도의 희비쌍곡선은 연말연초 관심사인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으로부터, 각종 지원사업 명목으로 실시되는 정책에서 대표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라도 수년전부터 논란이 되어 온 문화재단 설립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숙고해 봐야 할 것이며, 전북도가 구상하고 있는 ‘문화관광재단’설립의 취지도 같은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진행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의 제도신설이 부처 간 협의부족으로 불편을 주는 일은 허다했다. 예컨대 이명박정부 시절 탄생된 ‘문화예술사’제도가 그중 하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제정된 이 자격증은 제정 당시부터 딱히 써먹을 데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문광부는 교육부의 통제를 받는 전국 대학의 연관학과에 이 제도 도입을 요청했지만, 내용상 제 교육과정이 일반인 재교육 형태의 평생교육원식 시스템에 불과하여 4년제 정규대학에서는 이를 거의 도외시 해버리고 말았었다. 그러자 예술계 전문대학 몇 군데가 이를 받아 들였고 일부 비전공 예술인들의 전공 재교육 수준의 컬리큐럼으로 안착되어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화관광부가 수년간 실시해 온 ‘초중등교 예술강사 지원제도사업’의 신규강사 채용에 이 문화예술사 자격증 소유자 우대정책을 갑자기 써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4년 정규대학 전공자들이 속성코스(1년, 2년 코스) 출신자들에게 크게 불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딴 세상의 아이디어를 짜내서라도 뭔가를 창출해 내야 하는 강박의 세계가 조직이라 치더라도, 수요가 없는 공급도 문제고, 공급이 애매한 생산도 문제가 아니겠는가. 실업자들 지갑 속에 꽂혀있는 수많은 기술자격증이 무얼 대변해 주는지 알만한 위정자들이 이제는 문화예술 분야마저 수요예측이 불가한 자격증을 남발한다면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될 것 아닌가. 이렇게 무리수를 둔다면 머잖아 문화의 근원적 가치재인 감동, 재미, 아름다움, 창의성, 감수성, 협력성, 수용성의 형이상학적 분야 자격증까지 창출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박 병 도 (전주대학교 교수, 연출가)

[전라일보 칼럼] 201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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