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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전통 극음악에 대한 단상

 

傳統 劇音樂에 대한 斷想

 

재즈(Jazz)는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로 이주한 흑인들의 민속음악인 블루스(blues),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이주한 유럽인의 음악이 결합된 것이다.

 

재즈는 특정한 음악이나 그 형식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곡의 연주 스타일이나 혹은 연주 자체에 본질을 두어야 하며, 연주자의 즉흥성과 표현력, 그리고 절대적 감각이 중요시 여기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유분방한 재인(才人)의 소울(soul)이 깃든 우리 음악이라면 역시 삼남지방에서 발생한 민속음악 산조(散調)로써, 그들 악기가 어울려 내는 시나위 연주는 여러 지방의 무가(巫歌) 반주 음악에서 파생되어 다성적(多聲的) 효과와 즉흥적인 연주 특성이 재즈와 참으로 닮아 있다.

 

우리의 창극(唱劇)1902년 최초의 국립극장격인 협률사(協律社)의 개관으로부터 그 역사를 추이한다. 그러니 이제 일백 십년이 된 다분히 현대적인 극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중국의 경극(京劇)이나 일본의 가부키(歌舞伎)처럼 전형이 이미 구축되지 못했다는 논란이 아직도 끊이지 않은 미완의 전통극이랄 수 있다.

 

근래 이런 창극의 연주에 대한 방법론적 논의가 회자되고 있다. 소규모 편성의 명인(名人)들이 연주하던 소위 수성반주(隨聲伴奏)’형태가 재즈의 그것과 닿아 있다면, 현대 대규모편성의 '국악관현악단'연주가 그 대칭점을 이루고 있다.

 

선호에 따라 장단점이 나눠지나, 제작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초창기 극형태에 간단한 수성연주가 따라다녔다면, 스펙터클한 현대의 극장에 개량되어 접목된 것이 관현악연주다.

 

문제는, 글자의 뜻 그대로 창자의 소리를 쫓아 연주하는 수성(隨聲)연주라는 것이 연주자의 기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매번 연주자의 감흥에 의해 변주되는 경향은 현대무대의 수많은 약속의 법칙에 상당부분 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연주자들의 영감영역이 매우 관념적 틀안에서 반복되어지는 레퍼토리 혹은 다양성의 한계라든지, 시종 극 분위기를 비극성 강요로 점철하는 감성이 배어있음으로써, 현대인의 다양한 감성에 크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창자(唱者)의 융통성이 가져 온 장단과 가사의 넘나듦에는 다소 유용할 수 있으나, 그런 편리성만을 강조하기엔 시대의 복잡한 감각은 저만큼 먼저 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다만 소규모 창극에의 사운드의 공간충족도를 감안한다면 수성반주의 수용은 가능하되, 다만 그것도 음악적으로 다양한 설계를 시도하고 수많은 연습의 반복을 꼭 지켜내야 효용가치를 보전할 수 있다.

 

서양의 오페라에 비견하는 우리의 음악극으로 창극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한 이유는, 이 분야가 판소리라는 1인 독창자의 '일인다역' 스토리에서 수많은 인물로 분화하여, 상황을 구축하고 드라마적 메커니즘을 도입함으로서 환타스틱한 전통공연물로 재탄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사양식 오케스트라에 부응하는 우리식 국악관현악단이 도입되고, 음악적 볼륨감과 다양한 편곡에 의한 변용의 효용가치, 악보화된 음악질서에 의한 반복공연의 동일 창출화, 관객의 음악적 감성에 부응하는 공간 지배 사운드의 제공 등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구전(口傳)되어 온 전통 추수(追隨)적 경향에 의해, 혹은 길들여 진 전승의 습성에 의해, 현대인의 음악적 다양성과 감흥의 음역을 무시하는 일방적 전통회귀의 수성연주를 강요하는 창극이 답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구시대의 어려운 형편으로 구성된 선택의 여지없음을 고수하자는 것이기도 하며, 음악적 상상의 한계를 초극하지 않고서 과정의 단순 편리성을 유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극이나 가부키처럼 수백년동안 고착된 전통의 그릇에 온전한 전형을 갖춘 것이 아니라면, 창극은 이제 극음악의 세계화를 구축하자는 측면에서라도, 일단은 기록의 국제화인 오선보에 선율을 그려 넣고 세상의 어떤 악기로라도 연주 가능한 음악이 되어도 될만한 실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즉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세계인의 귀를 타고 들어 가슴에 감흥과 감동을 전파하는 우리 '판소리'의 입체적 옷을 입혀보자는 것이다. 수성반주로 엮어내는 고전 창극의 보존도 중히 여기되, 악기로서의 기능적 개량을 거둔만큼의 리빌딩된 연주형태와 구성의 특산인 국악관현악 연주로 도탑고 중후한 메머드무대를 세계시장에 내밀자는 것이다. 전통 악기, 그것도 음량의 한계를 과학적으로 개량하고 현과 관, 타악기 등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합주음악'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우리말고 또 어디가 있는가? 

 

우리의 전통음악극, 그것이 일백 십년 동안 서양의 무대구조에 담겨져 빚어져온 진화(化)중인 전통물이라면, 이제라도 국제화, 세계화에 부응하는 관점에서 새로운 모색과 실행의 역사를 써 나가야 할 것이다.

 

박 병 도 (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연출가)

 

 새전북신문 칼럼-2012. 1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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