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Column

새로 인식될 문화 가치재

새로 인식될 문화 가치재

 

소비자가 구입하기를 희망하는 양보다 더 많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회가 결정한 재화를 가치재(merit goods)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교육이고, 다음이 문화예술이다.

그런 문화예술의 사회적 지원 장치가 바로 국공립예술단체로 자리하여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간 국공립 예술단체는 여러 진통을 겪어왔다. 세종문화회관에 소속되어 있는 서울시립이 노조결성 문제로 내홍을 겪었으며 지방의 단체들도 같은 궤도를 달려 온 바 있다. 그것은 예술가가 창작행위의 가치에 우선하느냐 또는 자신의 행위를 노동으로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종국에는 생존권과 창작의 영속성에 관한 다른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문화경제학(Culture Economics)이라는 학문분야가 자리를 잡은 계기가 된 저작물로 평가되는 공연예술-경제적 딜레마’(William J. Baumol )가 나온 것이 1966년이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예술행위의 경제성을 논하기 이전에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이 그 해답이라는 것에 귀결된다. 그런 문화예술 제 행위가 문화상품으로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야 한다는 압박은, 아마도 위정자들이나 지자체장들이 흠모한 스필버그혹은 태양의 서커스등 일련의 성공사례를 대입하려 하는 까닭들도 제외할 수 없다. 다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들의 예술적 완성도나 수준의 지속적인 고양책은 불가피한 주문사항일 수 있다. 그 사회적 역할이나 국민의 문화향유권에 부응하는 공인으로서의 자질은 예술적 소양에 플러스 되어야 할 덕목이다.

 

그러한 관립단체의 사회기여 기능은 대략 대동소이하지만, 예술적 정체성과 특화된 색깔은 지역적, 태생적, 장르별, 목적별로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민속이라고 단체명에 명시되어 있는 단체가 민속과는 거리가 멀거나 상이한 형태의 제작마인드로 작품창출을 지속해 온다거나,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오버에 치중하여 단체 리더의 예술적 실험이 횡행하는 경우도 지적된다. 이것은 가치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고장 난 브레이크로 존재함에 다름 아니다. 그것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조율장치가 부재하거나 부실하며, 잘못 대입하면 자칫 통제라는 오명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북하면 국악의 본향이요 예향이라 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전라북도립국악원 예술단이 오랜 기간 전북의 예맥을 이어주고 있다. 그간의 성과는 문화향유가치를 초극하는 도민의 정서함양으로 충실히 녹아 있다고 본다. 그런 예술단에 대한 여러 발전적 탐색이 그간 시도되어 왔다. 본인의 생각으로는 국립단체도 시행하지 못하는 3(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 합동제작 시스템이 전국 유일하게 능동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특장을 지니고 있는 단체다.

 

다소 외골수적인 여러 예술가적 기질이 한데 통섭되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제작 측면에서도 관리자의 탁견과 예술적 리더의 역량이 투입되지 않으면 불가한 특수 영역이다. 그런 불가한 영역을 잘도 지켜내었고 외연을 확장할 잠재능력까지 갖춘 단체로 존재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해야 정체성, 또는 고유성, 독자성과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역량있는 단장들의 지도능력과 수련되고 연마된 단원들의 역량을 통합할 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이런 잘 다져진 교감의 인식(통합제작의 경험치에서 쌓여진 연대감)을 극대화 시킬 시스템상의 도약과 프로젝트의 개발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럼으로써 좁은 땅덩어리에서 대동소이한 작품행위로 존재하는 타 단체들과의 차별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이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재정적 어려움도 존재한다. 그러나 나폴리까지 왔는데 로마는 어찌 못 가랴. 부족한 단원의 충원과 기획시스템의 보강, 지원부서의 격상 내지는 확장도 발전방향의 일부라 하겠다. 우리는 그 발전의 역량을 신뢰하고 성취를 기다려 줘야 한다.

 

문제는 단편적 처방에 의한 고질적 문제제기에 허덕일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혜안을 서로 모아 우리고장의 독창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고 숙고해야 뭐가 하나 제대로 태생되어도 된다는 문화마인드의 가치재를 제고(提高)하여야 한다.

 

박 병 도 (연출가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새전북신문 칼럼-20121109

 

제목 날짜
새 천년을 위한 반성적 시론 2024.07.22
입학사정관제도 소고(小考) 2024.04.11
[객석誌] 열정으로 지펴낸 지역 오페라의 불꽃 2024.04.11
[박병도 연출론] 창의적인 무대 이미지 설계, 그 실험과 결실의 어제와 오늘 2024.04.10
도이불언 하자성혜 (桃李不言 下自成蹊) 2024.04.08
방안의 코끼리 2024.03.31
무사(無私)가 곧 소통이다 2024.03.13
표류하는 세월 2024.03.12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닌가 2024.03.12
문화 완장(腕章)을 염려한다 2024.03.12
전파 공익성 2024.03.12
점이(漸移) 시대의 SNS 2024.03.12
가도멸괵(假道滅虢)의 문화 자존(自尊) 2024.03.12
융복합시대의 창조콤플렉스 2024.03.08
문화를 보는 정책의 주파수 2024.03.08
전통 극음악에 대한 단상 2024.03.08
공자천주(孔子穿珠) 2024.03.08
새로 인식될 문화 가치재 2024.03.08
© k2s0o1d6e0s8i2g7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