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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창고

전주시립극단에 바란다

                자존의 숨을 고루 뱉어내길

      박병도

    작금의 연극단체 성격을 보면, 연극적 목표를 추구하는 지향점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는 순수한 "동인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듯 하나, 하나의 완성된 작품의 창출을 위한 집단의 행동역학에 있어서는 지극히 "프로듀서시스템"에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관립이건 순수 민간이건 구성원 개개의 개인적 욕구라 할 수 있는 무대에의 존재 이유에 당착해서는 피할 수 없는 창출기초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시립극단 소식지 발간을 두고 여러 덕담을 해야 하나, 전북연극의 한귀퉁이나마 지켜 온 사람으로써 향후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이는 민간단체와는 그 생성과 활동의 범주가 상이할 수밖에 없는 주어진 역할론에 따른 것이다.

    첫째,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갖고 있는 생각이지만, 각 지방의 예술적 기저를 튼실히 하기 위해서는 그 다양성에 대한 배려를 빼 놓을 수 없음이다. 이는 지역별로 색깔과 방법론을 달리하는 다양한 단체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따라서 적어도 관립은 여러 민간의 건강한 활동 영역 위에 통합된 작품창출의 배출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민간극단의 열악한 재정과 각기 흝어져 존재하는 배우군. ―이는 이로써 각기의 독특한 작품세계와 철학을 고양시키는 산실이 되지만, 연극행위의 절대평가에 다다라서는 지역민의 욕구에 부응하기 어려운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의 재원들이 한데 모여 양질의 작품을 선사하는 배려로써 '필요에 의해 모이는' 집단으로서의 시립의 의미였다. 이러한 희망은 민간단체의 고군분투에 더욱 짐을 안기며, 점차 관립이라는 이름 하에 별개의 '보장된 또 하나의 개별단체'로 틀을 세워 버렸다.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 제 삼의 단체가 어떤 의미로서 지역민에 다가서야 하는가에 노심초사해야 할 일이다.

    둘째, 사용자와 고용원의 관계에서 보면 관립의 사용자는 그 지역민일 것이고, 지역민의 욕구에 부응하는 일련의 작품창출에 주력해야 함은 물론, 나아가 지역민의 문화 편의와 질적 향상을 위한 체계적이고도 과학적인 작품개발에 주력하며 선도해 내어야 한다. 이는 앞서 피력한 프로듀서시스템에 천착해 있는 작금의 현실을 두고 볼 때, 그 작품창출의 주체가 담아 낼 수 있는 기호와 한계의 선상에서 늘 방황하는 내용임을 우리는 보아 왔다. 또한 배우진이 이미 훈련의 기초단계에 머물고 있는 수준의 재원이 아니란 것을 전제한다면, 다양한 작품활동에 길을 내어 주는 과감한 운영책이 절실한 것이다. 시립은 하나의 사설단체가 아니다. 관리를 위해서는 조직의 통제하에 지속적인 개입이 요구되나, 그것은 전문 경영인의 몫이면 충분할 것이며, 적어도 궁극적인 작품창출의 영역에 다다라서는 더욱 활달한 개방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종국에는 사용자가 얻어내는 다양한 문화적 체험으로 환원되는 일이다. 우리는 엊그제 일백 오십 여편에 다다르는 다양한 영화를 기호에 맞게 골라 보는 즐거움을 아직껏 잊지 않고 있다.

    셋째, 국적과 정서에 맞는 관립으로서의 작품제작에 주력해 달라는 이야기다. 예술성의 지향이라는 차원에 다양한 번역물을 섭렵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이 지역을 표상하는 대표 레퍼토리 하나 제대로 착근시켜 놓지 못한 아쉬움은 매우 크다. 그 활동의 세월에 비해 퍽이나 많은 길을 우회하고 방황한 흔적이 역력하여 드리는 말이다. 이제 방법론이나 제작의 기법에 연연해 할 과정은 아닐 터, 우리의 향기가 지역의 정서가 예술적으로 정제된 참다운 창작극으로 시민 앞에 다가서 달라는 이야기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라마마>는 순수한 민간이기에 세계 각국의 실험을 만물상회처럼 펼쳐 오히려 주목을 받지만, 영국의 <RSC>가 동양의 신비에 파 묻혀 그들의 정체성에 회의 어린 시선을 받아 본 적은 없다. 문제는 주어진 사회적 예술적 소임에 관한 부분을 명확히 인식하고 가자는 것이다.

    선진국처럼 극장시스템이 요원한 우리에게 아직은 PD시스템이 주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훈련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지난번 지역축제에 출연한 타 장르의 관립단체가 삼년 전 레퍼토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모습에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PD시스템이 갖는 한계다. 우리는 완벽하지 못하기에 종교에 의지하고 예술에 정화하고자 한다. 예술경영과 행정에 있어서도 과감한 호연지기가 필요한 것이며, 바로 그러한 호연지기의 충만이 더욱 윤택한 작품창출의 근간임을 모르는 우리가 아니지 않는가.

    전주시립극단의 새로운 출범을 기대한다. 이는 적어도 한강 이남에서는 그 어디에 내 놓아도 굽히지 않는 전북연극의 자존심의 발로이며, 그만큼 타 장르에 비해 선후배 의식, 작업철학, 분명한 목적의식이 점철된 예맥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숨을 고루 뱉어내기 위해서는 이제 관립단체의 문을 더 솔직히 열고 속을 내 비춰야 할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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