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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문화축제

 

전주문화원 [노령]-2002년 3월호

월드컵과 문화축제

박 병 도 (전주대학교 교수, 전북연극협회장)

 

문화의 가치에 주목하다.

문화관광부는 21세기 문화의 위상에 걸맞은 정책적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하여 한국 문화정책개발원을 통하여 국민의 정부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정책 성과들을 모아 2001년「문화정책백서」를 발간하였다. 이 백서는 부처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발간되는 것으로서, 문화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정책적 대응방안 그리고 예술문화, 문화산업, 관광산업, 문화유산 등 주요 문화정책의 내용과 성과를 총 12장 551페이지에 걸쳐 방 대한 양으로 수록하였다.

내용을 보면, 문화정책 환경의 변화와 정책의 고찰, 조직과 법령·재정의 현황으로부 터, 주요문화정책의 추진현황과 성과들을 정리한 부분으로 문화진흥기반 구축, 문화기 반시설 확충 및 운영 활성화, 창조적 예술활동을 위한 여건 조성, 문화산업의 진흥, 관 광산업의 진흥, 문화유산의 보존, 문화교류의 증진, 종무행정 등을 그 세부내용으로 하 고 있으며,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문화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 제고, 문화콘텐츠 개발, 문화 지원정책의 개선 방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실로 문화와 문화력의 실제, 그로 인해 파생되고 연관되어지는 제반 요소들이 망라된 문화 의 정보 보고서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여기에서, 세계화시대에 대체산업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문화의 가치와, 이를 경쟁력으로 육성해야 하는 당위에 주목하고자 한다.

글로벌리즘의 기치 하에 정보화, 지방화라는 과제가 순기능으로 융섭(融涉 ; interact)되어져야 함을 인식하는 것과, 이러한 목표 설정으로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 속 에서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던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문화와 경제 의 융합으로 문화산업의 화두가 본격적 대두되어 대중문화의 비중이 증대하고, 더불어 관광산업에 가치부여를 달리하게 된 결과가 뒤따르게 되었다. 즉 21세기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는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을 연계·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시대의 가치창조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대, 문화와 경제를 한 축에 놓고 고려해 볼 성 싶었던가. 그러나 이제 문화는 매우 탄력적인 몸짓으로 다가와 여러 삶의 방편에 경제적 가치로 대입되기 시작하였 다. 따라서, 이제 '문화의 시대'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문화'로부터 얼 마만한 삶의 잉여가치를 축적할 수 있는가에 관한 현실적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왜 문화월드컵인가?

전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올림픽'이외에 단일종목 체육행사로 가장 인기있 는 대회가 '월드컵'이다. 민족, 종교, 이념의 갈등을 뛰어 넘어 필드에 마주 서고 싶은 열망으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한 인류의 관심과 교류, 상호이해, 그리고 화합과 공존의 장으로서의 스포츠행사에, 경기 이상의 의미부여를 제공하는 요인은 어 디에 있을까? 우리는 바로 그 답을 '문화'에서 찾고 있다.

스포츠를 매개로 하는 인류애 구현의 문화제전. 그래서 개최국의 문화적 독창성과 정체성, 그리고 우수성을 발현할 개제로 삼는 화두가 바로 '문화월드컵'이다. 프랑스의 전방위적 문화력이 보여주었던 지난 월드컵의 문화행사는, 그들이 영위해 온 문화의식 과 행동양식에 대한 일종의 시위가 아니었을까. 그것은 나아가 그들의 생활양식에 관 한 자부감일수도, 그것으로 인류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구현한다는 당찬 독선일수도 있겠다. 이러한 개제는,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켜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로 전환되 어, 국가나 민족에 대한 '보편적 선입견의 제고(提高)', 또는 '막연한 이미지에 대한 구 체적 인식'을 엄청난 시간과 시대를 초극하여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88 서울 올림픽의 구체적 경험이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한번의 기회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21세기 최초 의 월드컵인 [2002 월드컵]을 두고 서구중심의 세계화의 축이 아시아의 중심으로 이동 할 전기라 전망하지만, 그중에서도 중국과 일본만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 한 국이 제외된 현상을 어떻게 전복하는 기회로 삼느냐 라는 국가적 명제가 걸려있는데, 더욱이 일본과 한국이 동시 개최라는 두 대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비교되는 주조연의 판가름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축구경기야 그어진 사각의 틀 안에서 똑 같은 루울의 적용으로 치러지는 것이지만, 문화나 예술을 대입하는 루울은 자율의 몫으로 던져 놓음으로서 4년마다 개최되는 지 구촌의 축제는 볼만한 기대감이 되는 것 아닌가.

이제 우리는 크게 나누어 일본과 한국의 문화력 경쟁, 그 향유와 재생산의 경쟁에 돌입해 있는 것이고, 작게 나눈다면 국내 경기가 열리는 10개 지역의 지역문화가 충돌 하는 차별화된 전략의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이장섭씨의 견해를 빌리자면, '문화이미지는 몇가지 문화행사 나 선택된 문화적 상징물을 통해서 완성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것은 우리의 삶의 모 습에서 드러나며,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보여지는 문화의식, 행동양식이 바로 한국 문화 이미지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세계화'되었다는 점 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경제선진국이 곧 문화선진국일 이유는 없다는 점을 보여 줄 수 있는 사뭇 도전적인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많은 자국의 응원단과 관 광객이 머물면서 체험하게 될 이국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에 대한 이미지의 제고는 이 미 우리에게 던져진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축제여야 하는 것인가

한반도 남단의 서귀포가 갖는 차별적 전략은 천혜의 지형이 던져 준 관광유적과 연 계된 프로그램이 될 것이고, 세계문화유적으로서 도심 속의 역사기행이 가능한 수원의 화성은 어느 모로 보나 수원지역이 택해야 할 문화월드컵의 소중한 소재가 아닐 수 없 겠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지역 전주가 택해야 할 근원적 차별화의 테제는 무 엇이 될 것인가 진즉 논의가 있어야 했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경기가 분산됨으로서 확산되어지는 포괄적인 문화력의 배치가 전략적으로 논의됐을 법 한 것이고, 그 생산 의 다양성과 독자적 부가가치는 지역별 실행의 전술에 좀더 구체적으로 제시되었을 수 도 있었겠다. 비슷비슷한 형태와 양식의 공연물과, 그것들의 집합체로 정체성의 혼돈만 이 난무하는 지역축제들이 경기장의 깃대처럼 나래비를 서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 러한 동형동색의 문화축제로 '월드컵코리아' '문화대국 코리아'를 연발하기엔 다발성은 가능하나 다양성은 희박한 이미지로 더욱 '작은 국가'의 이미지만을 확인시켜 줄 것 같 아 염려된다.

문화관광부가 자치단체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조사한 전국의 지역축제는 총 591개 (2001년 기준)나 된다. 그러나 그 많은 축제의 홍수 속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되어 진 선풍의 내용이 우리주변에 범람하였다는 사실을 듣지 못하였다. 더구나 국제적 관 심사는 더욱 요원한 현실 속에서도, 문화관광부는 지역축제 활성화를 위하여 독창성과 역사성을 지니는 대표적 지역민속축제를 도별 2개씩(총 18개) 선정하여 전문가 컨설팅 지원 등 각종 행정·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축제 기획자의 국내외 연수기회 확대 등 으로 축제의 질적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극진한 양육에도 불구하고, 잘 키워낸 자식이 어떠한 국제적 행사에 문화적으로 효자노릇 톡톡히 해 내 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하였다. 필자의 좁은 소견으로는, 이러한 특별한 이벤트로 조직 되는 기구마다 특단의 권한이 새로이 전권이양됨으로써, 전승과 연계발전의 여지가 원 천봉쇄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 바뀌고 조직이 개편될 때마다 큰 틀이 모두 뒤바뀌 는 현상은 계획과 설계가 매우 근시적이라는 정황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 바, 수십년째 지어가는 외국의 건축물에 끊임없이 쏟아지는 의미부여는, 그 장대한 설계의 뚝심 속 을 알리 없이, 그 자체로 가치의 연륜을 쌓아 가고 있는 것이리라.

어떻게 치르는 게 잘 치르는 것일까? 정보와 속도에 지배되고 있는 시대에, 이제 행 사기간의 면면은 지구촌 어디에나 신속히 전달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에게 주어 진 선택은 '방법이 아니라 내용'이 될 것이다. 어차피 3천억원씩이나 들여 경기장을 지 었는데, 전체 3조원이 투자된 우리의 월드컵인프라는 사회기반시설의 몫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무책임한 계산법일 것이다. 따라서 투자에 대한 환수의 가치는 우리의 이미지 제고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며, 그 형이상학적 가치에 기여하는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문화력에 거는 승부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제 '움직임'의 미학에 모두 관심이 쏠려있다. 축구공이 움직이는 위치를 붸아 카메라가 움직이고, 전세계인의 시선이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 행사의 현장에 물밀 듯 밀려오는 관 중의 움직임을 잡아오려고 홍보와 마케팅의 움직임은 부산할 것이다. 문화라는 것이 순이 익이 상쇄 못할 부분의 이미지 제고 역할이 되고 '산업'이 되어서, 이 시대의 고부가가치의 주역으로 행사의 전방위에 배치되어야겠기에 소재군 출동의 움직임을 발동시켜야 할 것이 다. 그러나 어느 부분을 어디로 옮겨 놓아 그 본연의 가치 이상의 몫을 환수해 낼 것인가를 우리는 기대하는 것이다.

고부가가치의 움직이는 힘. 그 '역동'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힘 을 발휘할 때 속력을 낼 수 있을 것이고, 그 전통의 로컬리티는 계승된 소재의 철저한 검증 이 전제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검증이 오늘의 삶에 투영되어 새로운 모더니즘과 결합하여 미 래를 지향하는 생산물로 환원되는 힘을 기대하는 것이다. 마냥 과거에 머물며 변화에 배타 적 몸짓을 해대는 전통추수(傳統追隨)적 사고로는 이방인의 시선을 붙잡지 못한다. 왜냐하 면 현대인에게는 일정 수준의 감각으로 제공되고 수용되어야 할 공통의 '연희부호'가 존재 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현란한 복색으로 변장을 하고 쳐대는 '사물놀이'라 할지라도, 그 네가지 악기는 지구촌에서는 한국밖에 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가장 우리만의 새로움을 우리 안에서 큰 틀로 짜야 할 것이다.

지역축제에 향토음식들이 매번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메우듯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는 지역소재의 버라이어티쇼가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어디서나 부딛치고 만나는 것이 문화 라지만, 경기가 루울에 의해 통제되듯이 지역의 문화력이 거대한 통제시스템에 의해 움직이 는 힘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월드컵이 개최됨으로써 새로이 생산되어지는 [문화현상의 결집체]를 말하는 것이다. 지역의 훌륭한 예술문화 소재가 각기 충실한 소임을 다하여 통제 된 하나의 개념(concept)하에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기를 바란다.

가장 피상적인 문화간 접촉의 형태라 칭하는 '관광'이라는 형태에 우리의 문화는 역동적 인 몸짓으로 다가가, 우리 지역을 찾는 많은 이방인들의 몸과 마음에 현실적인 감동과 이해 를 제공하였으면 한다. 문화가 곧 산업이고 돈이라는 개념의 시대에 이제 우리가 택해야 할 정당한 가치는, 그것을 돈으로 바꾸든 말든 언제나 유가(有價)의 가치로 생생히 존재해야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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