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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민속예술관

    안개가 많이 끼는 영국의 습한 풍토마저도 사랑으로 바라본 시인 워드워즈는, '푸르름 일색의 이탈리아 하늘도 좋지만 산봉우리 신비롭게 감도는 우리의 안개가 그만 못하리!' 라고 노래 하였다.

    누구든 자기의 탯줄을 묻고 성장의 젖줄을 물려준 고향을 잊지 못하며 살아 간다. 더불어 독창적인 향리적 정서는 그것이 예술적 기질에 부합되었을 때, 더욱 독특한 성향을 발휘하게 된다. 자연을 구가하는 시인의 유년 기억에 '소똥 밟고 뛰놀던' 추억의 단상이 자리잡고 있지 않고서야 전원을 주유하는 목가적 은유가 어찌 우러날 수 있으리요.

    이제는 예술도 지역적 전형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화인프라(Infra)가 사회 기반시설 이상의 고부가가치로 평가되고 있음을 주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독창적 문화예술 자원을 근간으로 지역이미지를 提高하려는 노력은 항상 단편적인 이미지상품에 그치고 말았다는 사실 또한 지적해 왔다.

    '예언자는 향리에서 대우받지 못한다'는 서양의 격언이, 이웃 무당 용치 못하다(隣巫不靈) 는 우리네 속성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마는, 이러한 이기적 집단논리를 파기하고 합리적 지역문화 발전 방안을 모색한 타산지석이 있다. 곧, 향리의 정서를 양식 삼아 예술혼을 키워 온 지역인물들의 각고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진 좋은 표본이 있어 여기 소개한다.

    지난 7월 28일 개관한 '제주관광민속예술관'은, 그동안 자구의 노력에 미온적이던 모든 지방자치 문화브레인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모두가 공감하고 있던 공통의 해답에 선발적인 단안을 내린 결과이기도 하다.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어김없이 막이 오르는 제주 민속예술의 향연은 연일 많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지역민의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낮이면 볼것이 넘쳐나는 천혜의 관광지건만, 밤이면 술잔이나 마주하고 앉았어야 하는 문화의 불모지를 탈피하고자 했던 깨인 의식이 결실을 본 것이다. 연극단, 무용단, 놀이단 으로 구성된 종합예술단은 300여석의 전용극장을 갖추고 매일 독특한 관광예술 상품을 자부심으로 펼쳐 보이는 것이다. 종합적인 예술형태로 재구성된 예술단의 예술적 상호교류는 예견대로 多多益善이었다.

    부대시설로 토속산품점이 있어 쇼핑도 즐기게 된다. 일만오천원의 입장료는 신선한 지역문화를 향유하는 대가로 결코 아깝지가 않다. 이 수입 또한 만만치가 않으리라. 그러나 무엇 보다도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먹고, 사고, 마시는 즐거움 이상의 문화예술적 충격을 선물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간과한 사실을 再考해야 한다. 각 시도에 경쟁적으로 발족하는 예술단은 이미 프로페셔널이라는 기량과 신분적 보증을 자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의 세계에 대한 문답에 스스로 드리운 장막을 거두어야 한다. 즉, 배고프고 힘든 전문예술가의 길에 생계의 보장을 제공해 주는 목적인가, 개개의 구성인을 유형문화재식 정체성 관리로 지속시켜 나가는 목적인가? 어차피 전통계승을 목표로 하는 무형문화재가 아닌 이상, 단체나 그룹은 집단구현의 목표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순수 추구의 논리가 대두된다면 차라리 민간단체에 무한의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다. 작금 관단체의 작업형태가 그와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대체, 여건에 허덕이던 몇몇 예술인들의 자기실험적 예술작업에 인건비와 제작비를 시민을 담보로 무상제공해서야 되겠느냐는 말이다. 이제는 예술행위 조차 박물관에 소장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이 기업의 경영마인드 조차 도입하려 했다면, 각종의 예술단은 그나름대로 설치와 운용의 목적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지역에 居한, 지역인에 依한, 지역을 爲한, 분명한 운영의 패러다임이 있었을 것이고, 없다면 이제라도 세워야 할 일이다.

    지방자치는 어떠한 독창적 문화수급에 눈을 다시 떠야 되는가를 몸소 실천해 준 합리적인 문화실천이기에 지면을 빌어 박수를 보낸다.

    [전북도민일보] 문화칼럼 1997년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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