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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창고

한해를 마무리하며

    영국의 화가 호이슬러는 어떤 그림을 한 시간에 완성했다고 비난한 사람을 비웃었다. 그 한시간은 그의 일생을 소비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발레리는 '시는 감동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말로 만들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어느쪽도 모두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예술인 이상, 자연에는 질서와 형태가 있어야 한다는 그 뿌리 깊은 사상으로 되돌아 가지 않으면 않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형태가 필요하다고는 해도 그것은 완전한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 내용이 알차지 않으면 우리를 감동시키지 못할 일이다.

    베에토벤의 교향악은 기막힌 형태를 갖추고 있는데, 그 형식 속에는 베에토벤의 혼이 스며들어 있고, 그의 사상과 괴로움과 기쁨이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극작가 라시이느는 형식상 완벽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라시이느의 '정열' 그것이 그를 위대한 문학자로 만든 크나큰 요소였던 것이다.

    예술가의 조건을 앙드레 모로아는 세가지로 정의한다.

    그 하나는, 인간적인, 육체적인, 감정적인 생활로서, 그런 생활을 외면한 예술가는 인간에 대해 하등 아는 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명상과 고독과 夢想의 생활이다. 생각컨데 에술가는 일개의 반추(反芻)동물이며, 끊임없이 자기의 과거를 반추하고 소화하고 변형시켜 그것을 예술의 재료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은 기술적인 일의 부분인데, 이 시간은 짧아도 좋다고 한다. 어떤 일류작가가 하루에 두시간밖에 일을 하지 않는데, 그러나 그는 '명상하는 일' '독서하는 일' '남과 대화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일은 무슨 일이건 간에 휴식 가운데 무르 익는다'고 괴테는 말하고 있다.

    예술가는 세상 가운데에 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세상을 떠나서 살아야 할 것인가? 隱遁해 버리는 것은 聖者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예술가 다수에게는 건강한 일이 못된다고 그는 지적하고 있다. 세상과 맞서 세상의 일을 반추하는 몫을 부여 받았기 때문일까?

    한해를 결산해야 하는 예술마당에는 분주한 정리의 손길이 가득하다. 세상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계절의 변화'임을 우리는 거역할 수 없듯이, 수확의 계절 가을이 저만큼 지나가는데 예술마당에 쌓인 노적은 얼만큼인가 생각해 볼 시기이다.

    그러나, 겸허하지 못한 실적위주, 自己浮上의 예술외적 '기술'들이 다가오는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들려 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 주어 담고 펼쳐 놓은 그대로 평가에 고개 숙이는 겸손이 아름다울 것이다. 세상이 시끄럽고 경제가 어렵다기로 예술하는 이들의 마음 마저 얼어 붙는다면 어찌 세상과 다른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으랴.

    엇그제 텔레비젼에 나온 명사의 문화론은 그러기에 가슴에 와 닿는 바 크다. '정치는 수평적 작용으로 평등한 사회를 구현한다고 하고, 경제는 경쟁원리로 수직적 富의 분배를 하기 때문에 결코 서로 융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불과 물의 원리 처럼 서로 부딪히기 마련인데, 이 불과 물 사이에 '문화'라는 가마솥을 끼워 넣으면 그 두가지 역할은 서로에게 유익하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준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한해를 정리하며 시커먼 가마솥 같은 예술인의 소임에 충실했는지 돌이켜 볼일이다. 누가 알아 주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고달프나마 우리 나름대로의 생의 최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괴테는 이 시대의 예술가에게 시대를 뛰어 넘어 고마운 말을 들려 주고 있다.

    '마음에 구김이 없고, 일정한 일이 있다면, 고독은 고마운 것이다'

    [전북도민일보] 문화칼럼 1997년 11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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