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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아는 대통령?


‘국민의 정부’에서야 우리는 꿈에도 그리던 수치인 문화예산 1%의 시대를 열었다. 수치상의 현상이지만 다분히 문화예술에 대한 지도자의 인식 변화를 읽는 듯하여 반가웠다. 그러나 수치는 수치일 뿐, 문화예술인 피부에 와 닿는 찬바람은 여전히 곯는 배의 허기를 달래지 못했다. 15년의 세월이 흘러, 최근 한 국회의원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감 보도자료를 통해 문예진흥기금 여유자금 1천억원을 구리 인창동 유통단지 개발 등 부동산 파이낸싱(PF)과 펀드 등에 투자했다가 무려 630억3천300만원의 손실을 본 것을 지적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그저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고 같이 근검하자는 줄 알고 이해하며 적어진 지원에도 감지덕지하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은 격이다. 뉘를 탓할까? 그나마도 부족한 분야에 ‘여유자금’이라니? 그 여유자금으로 여유를 부리라고 DJ는 1%의 드림포인트를 달성해 놓았던가?

이번 대선정국을 보며 정치인들이 갇혀있는 복지와 민생, 경제민주화와 새정치 구현의 트라우마를 읽는다. 두 주요후보의 공약을 보건데, 박근혜는 문화는 문화인데 그것이 ‘다문화(국제결혼 이주자 등) 정책’에 집중하여 문화의 개념정립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고, 그나마 그의 캠프사이트를 다 뒤져도 ‘문화정책’에 대한 언급은 한 줄도 없어 그저 놀랄 뿐이다. 그런데 그의 유세장 단상엔 소위 문화계 스타라는 얼굴들을 대동하여 활용할 줄은 안다. 아이러니다.


문재인은 10대 문화전략을 밝혔다. (기초를 다시 세우려는지)문화기본법, (팔도명물로만 가두지 않기를 희망해보는)지역문화진흥법 제정, (그 가이드라인이 기대되는)문화 최소기준 설정, (무수한 삶의 유형을 감안했는지)생애맞춤형 문화교육 강화, (4대 보험은 아직 시기상조인지)문화예술인 고용보험도입, (투자기대가 미약해 보이는)문화엔젤펀드 활성화, (한글과 한류를 다분히 의식한)세종학당·해외문화원 확대, (생산이 소비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는 듯)여가서비스산업 육성, (문화가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로)비무장지대 ‘세계평화생태관광지대’조성, (무엇보다 환영과 우려가 교차되는)문화예산 2%로 증액 등이다.


그동안 정부의 문화예산은 참으로 다방면에 적용되어 지출되어 왔다. 거대한 하드웨어적 시설도, 국위선양을 위한 해외파견 사업도, 관광진흥을 위한 다목적 홍보도, 방송, 영상, 미디어, 출판, 컨텐츠, 심지어 다양한 종무(宗務)의 해결까지도 그 범주에 담기에 모자란다. 심지어 법령으로 지정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추진 사업’도, 그것이 어느 한 도시에 국한되어 있을지라도 엄연히 문광부의 한 실국을 차지하고 있다.


뭉텅이 돈이 어느 한 건축물의 기초에 레미콘으로 쏟아 부어진다한들, 국위선양한다고 줄 잘 잡은 비즈니스예술그룹이 비행기로 지구촌에 돈을 삐라 날리듯 뿌린다한들, 모르는 것은 모르고, 감춰진 것은 감춰졌으며, 잊혀진 것은 잊혀만 가고 있는 상황에, 현장의 예술인들은 1%에도 2%에도 3%에도 다 무관한 소외자들(생략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어느 분야보다 투자대비 회수가치가 미약하고 형이상학적인 문화예술. 그러나 적어도 일개 국가의 수장으로 나서는 대선 후보의 캠프에 제대로 된 문화예술 정책 조력자가 없어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저 티비에 뜬 반짝 스타들만 앞세우는 ‘반짝마인드’로는 모두가 허망한 공약(空約)이고 말 것이기에, 그렇게 유추한다면 그것은 비단 문화예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기에 더욱 미래가 염려스럽다는 것이다.


문재인은 “수많은 예술인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문화예술계 전체가 자율성을 잃고 정치적 잣대에 휘둘려 몸살을 앓고 있다”고 역설하며, “21세기 문화강국 시대를 여는 문화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결기가 좋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의 구체적 사안이 무엇인지 속내를 파악해야 하며, 어떠한 정치적 잣대에 의해 자율성을 잃는 원인이 제공되는지, 제도와 법률, 지원과 수혜의 형평과 투명한 잣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차가운 냉골 구들에 버려진 독거노인의 삶이 구상화라면, 처우와 여건, 제도적 환경에 짓밟혀 헐벗겨진 영혼의 예술가들의 모습은 마냥 추상화로 보인단 말인가? 이를 헤아려 주는 문화대통령을 이 시대에 간절히 기대한다.


그나마 모든 공약란을 다 채워 놓고도 ‘문화예술 공약란’만은 오롯이 빈칸으로 떳떳하게 비워 놓은 박근혜 후보의 ‘비어버린 배짱’에는 난 더 할 말이 없다.



[새전북신문 칼럼]-4-20121207

 

박 병 도 (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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