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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대표 브랜드 공연

 

  잠만 자고 가는 외국인 관광객, 이른바 반쪽짜리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볼거리 즐길거리 부족이 관광객 불편사항 3위라고, 문광부가 한류의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단기 일자리가 아닌 안정적인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비일상적 관광에서 일상적 관광패턴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필요성’을 화두로 ‘전라북도 브랜드공연 마스터플랜 학술연구용역 보고서’가 나왔다. 96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대하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이미 책상머리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전북의 대표 공연물이 얼추 완성되어진 모양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언론이나 문화예술계, 도의회, 특히 공연계에서 이렇다 할 촌평이 없다. 그게 더 이상하다. 나는 적어도 이런 거시적인 문화 어메니티(amenity; 생활편의시설)를 활용한 장소 마케팅이라는, 공연관광효과라는, 고용창출효과라는, 문화복지 차원에서 우수공연예술 관람기회 확대라는 거창한 구호로 시작한 이 담론을, 신문지상을 통해서나 진행결과를 접하게 되었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예향전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상설공연 하나쯤은 운영되어야 마땅하다고 여기던 차에, 만시지탄 도에서 발 벗고 나섰다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의 시행과정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 오래 전 실무선에서 어느 산하조직에 연구용역을 준 모양인데, 이 과정에서 예술계 전반, 특히 공연계의 의견취합이나 다양한 채널의 접촉이 없었다는 것이다.

 

몇 번의 설명회 비슷한 것이 있었던 모양인데 거기에 초청된 인사들이 몇이며 누구였는지도 미스테리하다. 베를린이나 빈필의 세기적 커메머레이션(commemoration) 행사에, 입맛 맞은 현직 아티스트 몇 명 내세우고 카라얀 같은 부담스런 인사들은 빼버린 꼴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가 겪어온 공무(公務)의 특성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보고서를 위정자가 받아 시행케 한다면, 참으로 윗분을 크게 기만하는 일에 다름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그들이 정하는 전문가의 기준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많은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으나 지면관계상 몇 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레퍼토리 선정과정의 문제다. 우선은 춘향이를 소재로 하는데 이견이 없다고 치자. 그런데 그 제작방향의 장르적 특성에 차별화가 없다. 난타가 흥했다고 춘향이가 치마들고 막춤을 출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둘째, 어떤 조사에 의해 마당놀이형식이 관광객 선호도 1위란 말인가? 마당놀이란 당초 모방송국의 상업적 타산에 의해 기형적으로 제작 흥행했다가 이제는 시들해진 국적불명의 양식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는 상호교감 및 호응에 있어서 치명적인 불통의 덫이 존재한다.

 

셋째, 전통을 수용하되 IT기술이 접목된 판타지구현이 가능한 현대식 무대구성이라 했는데, IT기술이 무엇인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로 요약되는 지적(知的) 메커니즘을 차용하고자 한 것 같은데, 판타지의 구현은 전광판에 번쩍이는 영상물의 작동쯤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님을 모르는 일종의 프리젠테이션 상의 언어유희다.

아이폰이 나오니 앱만 개발해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넷째, 무대양식에 관한 문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예술행위를 담는 그릇’과도 같은 것이다. 제안에 의하면 마당놀이에 근접한 돌출무대(trust stage)형식인데, 이게 큰일 날 무대인 것이다. 이 무대형식과 판타지 구현과는 거리가 멀며 스테이지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소치다. 그러니 제안의 이율배반이며, 특정된 양식과 기호(嗜好)에 의한 선택일 수 있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정 그런 것에 미련이 남는다면 가변식무대도 재고의 여지가 있음을 밝혀둔다.

 

다섯째, 극장개보수에 관한 문제다. 전북예술회관을 리모델링한다는 것인데, 이의 활용에는 찬성하나 20억원 정도로 잡혀있는 예산으로는 기사회생의 응급처치에 불과한 계산이다. 지은 지 삽십 년이 넘은 극장, 그나마 4층 꼭대기에 기형적으로 얹혀 놓은 무대를 개보수 하는 일에 하중계산이나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외벽으로 화물용 엘리베이터 하나 설치하려는 데도 건물 붕괴 염려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은 지 이미 오래전이다.

  많은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급한 일처리 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하고 다양하게 전문가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고장에 세워지는 역사적인 공간과 작품에 지혜를 내놓지 않을 인사가 누가 있단 말인가?

 

유종근 전지사의 치적 중 하나를 꼽자면,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신축이다. 그것이 없어지지 않는 한 유지사의 이름은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아울러 이 공간의 효율적이고도 철저한 전문적 고찰에 의한 제대로 된 탄생과, 공연물의 합리적이고도 국제부호화된 현명한 선정은, 현 지사의 훗날 평가로 이어질 것임에 더더욱 심사숙려해야 할 일이다.


[새전북신문 칼럼]-1-201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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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병 도

현, 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학과장, 전주대학교 공연예술전문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대한민국문화사절단 총연출을 비롯하여, 연극, 창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극, 대형축제 등 총 200여편에 달하는 연출경력과, 일본, 중국을 비롯한 많은 해외공연에 한국적 환타지아의 재창출이라는 명제를 실현시키고 있는 연출가로서, 국립무형유산원 (아태무형문화의전당)건축자문위원 및 전국의 주요극장 스테이지 메커니즘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전국연극제 두 번의 대통령상, 전라북도문화상, 전북 영광의 얼굴, 한국연극예술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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