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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시대의 창조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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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시대의 창조콤플렉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고 창조경제라는 신종용어가 탄생되면서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노사공 포럼의 한 운영위원은 그런 경제는 없다고 일축하면서, 저들 말마따나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IT나 고급기술에만 창조가 있느냐고 반문을 한다.

 

우리 주변의 생활의 달인들처럼 개선하고 뜯어 고쳐 더 빨리, 많이, 더 잘하면 그것이 창조라고 강조하면서, 이름 난 맛집의 대박은 그 솜씨에 IT나 복합기술의 양념 없이도 가능한 숨은 해답이 따로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 신종경제는 손자병법의 무중유생(無中有生)’이라는 전술(무에서 유를 창조한다)처럼 없으면서 있는 척 하기의 미래완료형의 애드벌룬을 띄운 것은 아닌지를 시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년도 특별 연구보고서를 보면 창조산업이니 창조경제라는 용어가 이미 거론되고 있고, 이것은 문화예술자원과 콘텐츠산업이 선순환 구조로 작용하는 통합적 체계를 토대로 문화관광 융합정책을 추진하고자함을 알 수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 융합(fusion)’ ‘복합(complex)’ ‘교차(cross over)’ ‘통섭(consilience)’ 등의 섞자는 단어가 만병통치의 약방문으로 번지고 있다. 그것이 빠지면 발전요인과 효용가치의 인정범위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시대라고 여겨지니, 꼭이나 인절미에 캐첩을 발라 먹어야 할 세상을 맞이한 것 같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창조산업은 다른 나라와 달리 창조산업과 문화산업을 결합하여 문화콘텐츠산업이라 개념을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창조경제시대의 창조산업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의 범위를 문화자원, 문화유산, 스토리, 전통 민속 등 광범위한 소재 및 자원을 모두 포괄하도록 하여 콘텐츠 산업의 확장성과 융합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정의(定義)든 정확한 해석으로 실제에의 대입이 이루어져야 명징한 결과를 얻을 터인데, 콘텐츠의 제반 범주 중에 원형적 소재로서의 인간순수예술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구체적 이해가 뒤따랐는지는 매우 의문스러운 사실로 남아 있다. 이는, 사대강을 구축해야 하는 목표에 집착하여 부수적 재앙을 외면, 묵과하고, 원형과 형질을 말살하는 경우와 비슷해 보인다.

 

이미 정부에서는 [과학기술법]을 통해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에 대해 규정하고, [산업융합촉진법]을 통해 산업융합의 필요성과 가치를 강조하였다. 이런 정책으로 2010년 국가연구 개발사업 조사분석에 나타난 융합연구(복합분야 연구)의 비중은 연구대상의 9.4%10,642억 원으로 조사되었고, 부처별로 교육과학기술부 4,367억 원, 지식경제부 2,889억 원, 방위사업청 2,347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발전을 도모하자는 묶고 섞는미래지향적 실험비용으로 말이다. 나아가 대학에서도 이제는 지식의 대통합과 범문학적(Trans-disciplinary) 접근을 통해 통합지식을 전수하는 융합교육을 실시하기에 이른다. 글로벌리즘 주창의 세태에 대응하여 이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허나 지난 MB정부의 대학평가가 얼마나 수도권지상주의의 기준으로 단정된 것인지 우리는 뼈아프게 감내했고, 이의 문제점 지적으로 새 정부에서는 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듯이, 어떠한 정책이란 것이 시행하고 겪어봐서 깨우치고 납득하는 실험의 방정식은 결코 아닐 것임을 절감한다.

 

,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지적했듯이 달리기 일등의 방법을 묻는데, 계속 일등으로 뛰면 된다.’는 식의 답변으로 모호하기 그지없는 궤변(sophist)적 발상과 실천전략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적잖이 염려스럽다.

 

그러기에 그동안 산학현장에 부여된 지향가치나 그로 인해 투입된 예산들이 오로지 그 잘난 디지털 기기에 대입된 결과물들에만 추종·집착하게 만든 기현상을 창출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끝난다면 먼 훗날 복고(復古)의 향수에라도 젖을 수 있으련만, 창조의 근본 대상인 인간그 주변에 대한 탐구나 이해 없이 무조건적으로 섞고 보자는 일종의 강박관념은 아직도 생각의 융복합 선상에서 뜬구름 같은 가치창조를 외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반 장르의 원형이 자기 가치에 회의를 가지게 되고, 그 어떤 목적창출을 위한 무분별한 결합에 노출·방임된다면, 저들이 가리키는 이데아의 설정은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창 잘 못되었다는 생각이다.

 

모든 새로움이 이상적 개념에 사로잡힌 발상으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다분히 흐릿한(Fuzzy) 명제에 생각만 먼저 도달해 있음으로서, 인류사 불변의 근본인 인간문화(사람이 우선 되는)가 제공하는 핵심재료(core-software)를 쉽게 망각하고 있는, - 탁상의 창조정신을 그 뉘가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인문이 죽어 나가고, 철학이 외면당하며, 인성과 인간 본연이 망원의 렌즈 너머 세계에 닿아 있음으로서, 무조건 섞고 지지고 볶아야 뭔가가 될 것이라 여기는 이 시대 강박의 짬뽕 문화, 언젠가는 창조의 근원이 어딘지 몰라 무한한 원류 찾기로 방황의 세월을 보내게 될 것을 염려하는 문화의 과도기를 우리는 지금 관통하고 있다.

 

박 병 도 (전주대학교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연출가)

 

새전북신문 칼럼 -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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